봄바람을 타고 찾아간, 나만의 서울웨딩박람회 일정표와 뒤죽박죽 준비기
아침부터 귀에 맴도는 알람 소리, 이거 꺼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났다. 결혼 준비? 아직 한참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 캘린더에 ‘서울 박람회’라고 적혀 있는 거다. 음, 사실 정확히는 “서울웨딩박람회 가서 뭐라도 건지자!”라고 쓰여 있었다. 눈곱도 제대로 떼지 못한 채, 나는 또 한 번 중얼거렸다. “야, 나 진짜 준비될까…?”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실었을 때,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꽤 심각해서 스스로 피식 웃었다. 그렇게 반쯤 얼떨결에 도착한 박람회장.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장점 & 활용법 & 꿀팁
1) 한 자리에서 쓸어 담는 정보 폭발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들뜸! 정장 차림의 플래너, 드레스 숍 직원, 그리고 나처럼 후줄근한 후드티족이 뒤엉켜 있었다. 가장 큰 장점? 뭐니 뭐니 해도 한 공간에서 모든 카테고리를 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드레스·스냅·허니문·예물… 평소라면 웹 검색창에 ‘서울웨딩 정보’라고 열 번은 치고 말았을 듯한 것들을, 여기선 발품 한 번에 해결!
2) 즉석 할인, 놓치면 손해라고?
부스마다 내걸린 ‘오늘 계약 시 20% 세이브!’ 라는 문구. 처음엔 혹 했다가도, 곧 정신 차렸다. “야, 냉정해져. 아직 카드 꺼내면 안 돼.” 그래도 견적을 받아두면 나중에 협상할 때 유리하더라. 나도 결국 두 군데에서 견적서를 챙겼다. 흐흐, 이런 건 또 알차게 써먹어야지.
3) 나만의 동선 짜기 (TMI 주의)
사실 이날, 나는 메모 앱에 스스로를 위한 ‘미션 리스트’를 만들었다.
- 드레스 부스 → 소품샵 → 한복 라인
- 허니문 상담 전, 커피 리필 필수
- 견적 받은 뒤, 화장실 거울 앞에서 표정 점검
웃기지? 하지만 이런 TMI가 없으면, 예식장 컨셉 생각하다 금세 멘탈이 녹아내리거든. 😊
4) 발에 맞는 신발 + 호주머니에 현금 조금
아, 이건 정말 꿀팁! 일단 운동화 필수다. 30분만 돌아도 발바닥이 욱신거리는데, 구두 신고 온 커플 옆에서 나는 꿀맛처럼 가벼웠다. 그리고 현금 1~2만 원? 이유는 단순. ‘부스 이벤트 참여비’라고 천 원, 이천 원 받는 데가 가끔 있다. 카드 긁기 애매하니까 현금 챙기면 마음 편하다.
단점, 그리고 살짝 쓴맛
1) 정보 과부하로 인한 멘붕
솔직히, 다 좋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돌아다니다 보면 견적, 일정, 옵션, 사은품까지 머릿속이 한 바퀴에 다섞인다. “어? 아까 드레스샵 어디였지?” 하고 되묻다 보면 이미 부스가 다른 층… 그때 약간 현타. 그래서, 메모와 사진을 병행한 게 신의 한 수였다.
2) 과도한 계약 유도, 나만 불편해?
웃고 떠들다 보면, “지금 계약하셔야 혜택 받으세요!”라는 멘트가 쏟아진다. 초보인 나는 그 말이 좀 무서워서, 결국 한 번은 사인할 뻔했다. 하지만! 쿨타임을 준다며 화장실로 도망쳤다가 마음을 진정시켰다. 여러분도, 잠깐 휴대폰 꺼내 ‘계약 전 체크리스트’를 훑어보길 추천.
3) 주차 지옥, 출구 대혼잡
차 가져온 친구가 있었는데, 퇴장할 때 30분 넘게 못 나왔다. 그 사이 나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이미 역 세 개를 지나고 있었으니까. 음, 대중교통이 진리!
FAQ – 가다가 궁금했던 것들, 집에 와서 다시 곱씹은 것들
Q1. 일정 언제 열리나요? 못 가면 어떡함?
A. 계절마다 한두 번은 꼭 열린다. 특히 봄·가을 성수기가 핫하다. 혹 놓쳤다 싶으면, 공식 페이지에 알람 신청 걸어두면 다음 회차 일정이 문자로 온다. 나도 그 알람 덕분에 이번에 갔음!
Q2. 예비신랑·신부 둘 다 꼭 가야 할까?
A. 베스트는 둘이 함께. 그래도 스케줄이 엇갈리면 친구랑 가서 1차 스캔 후, 파트너는 2차로 필요한 부스만 압축 방문해도 된다. 나는 첫날 혼자, 둘째 날 fiancé랑 동행했다. 첫날 덕에 둘째 날은 동선이 반 토막!
Q3. 무료인가요? 숨은 비용 없어요?
A. 대체로 입장료는 무료. 다만 사전 등록하면 기념품을 챙겨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현장 이벤트 몇몇은 소정의 참가비가 있다더라. 그래서 내가 현금을 챙기라 했잖아!
Q4. 꼭 챙겨야 할 준비물 Top3는?
A.
- 편한 신발 (다들 말했지만 또 말한다).
- 보조배터리 (사진, 메모 필수라 금방 방전됨).
- 마음의 여유(이거 진짜 중요). ‘오늘 계약 못 하면 어쩌지?’보다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도착부터 퇴장까지 정신없이 달렸지만, 결국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결혼 준비라는 덩치 큰 프로젝트도 한 장의 메모지에 잘게 쪼개면 할 만하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웨딩박람회 자체가 주는 활기.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할인 쿠폰을, 또 누군가는 잠깐의 도피를 건졌겠지.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 박람회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가볍게 물어봐 줘. “어차피 한 번쯤은 부딪혀야 할 일인데, 오늘이 딱 그날 아니야?” 내 중얼거림이, 당신의 발걸음을 살짝 밀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