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덜덜 떨며 들어간 첫 웨딩박람회,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실속 팁들
결혼식 날짜를 정하고 나니 온 세상이 버선발로 축하해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현실은… 청첩장보다 먼저 마주한 건 방대한 정보의 파도였죠. 홀? 스드메? 하객 동선?
결국 제일 빠르게 만날 수 있는 길이 웨딩박람회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주말 오후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괜히 손에 땀을 쥐며 출발했습니다. 마음은 설렘 반, “사기당하면 어쩌지?” 하는 겁 한 스푼. 버스 안에서는 ‘내가 뭘 준비해야 하지’ 중얼거리다 흰 원피스 소매를 괜히 쓰다듬었어요. 웨딩 정보를 얻으러 가는데 깔끔해야 할 것 같은 강박… 저만 느끼나요?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압도적인 꽃 아치, 반짝이는 조명, 음료 쿠폰, 알아듣기 힘든 전문 용어 세례!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서 배부르게 준 웰컴 에이드만 연거푸 마셨죠. 그 덕에 화장실을 세 번이나 들락날락… 😅 이 작은 실수가 결국 큰 배움을 주었답니다.
장점·활용법·꿀팁
1. “할인”보다 “경쟁”을 먼저 기억하자
첫 부스에서 30% 특별 할인이라는 말에 얼떨결에 상담 의자를 따뜻하게 달궜어요.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부스를 돌면서 깨달았죠. 웨딩업체들이 한 공간에서 경쟁하니 내가 서류상으로 계약만 안 하면 조건은 계속 좋아진다! 그래서 세 번째부터는 “제가 아직 비교 중이라…” 하고 미소만 짓고 앉아 있었는데, 같은 스드메 패키지에 식전 촬영 필름카메라 컷 추가를 덤으로 주더라고요. 이때 속으로 ‘오, 이거 완전 장터네!’ 싶었답니다.
2. 메모 앱 대신 종이 지도에 별표하기
스마트폰 메모장은 좋지만, 현장에서는 화려한 부스 조명 때문에 화면 글씨가 잘 안 보였어요. 결국 안내 데스크에서 준 종이 부스 지도가 신의 한 수. 마음에 드는 부스에 빨간 별을 그리니 시각적으로 한눈에 정리되더라고요. 우습게도 저 별표 모양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부적 같았달까요?
3. 입장 전, 예비 배우자와 5분만 ‘우선순위 게임’
저는 ‘예쁜 드레스’가 1순위였고, 예비신랑은 ‘식사 퀄리티’가 1순위였어요. 이걸 안 정하고 들어가니 초반 30분은 서로 다른 부스에 시선이 꽂혀 헤매기만 했죠. 그래서 한쪽 구석 벤치에 앉아 “드레스냐, 음식이냐” 짧은 협상을 했고, 이후 동선이 확 줄었습니다. 이 간단한 게임, 진짜 체력 세이브 꿀팁!
4. 공식 홈페이지 미리 살펴보기
‘현장 가서 다 보면 되지 뭐’ 했던 제가 바보였어요. 미리 웨딩박람회 일정을 훑어보고 참가 업체 리스트를 체크했다면 불필요한 부스를 피하면서 시간을 아꼈을 텐데 말이죠. 꼭 리스트 파일을 캡처해 두세요. 모바일 데이터 안 터지는 그 순간, 캡처 한 장이 천군만마가 됩니다.
5. 스시 롤보다 바나나를 챙겨라?
박람회장에는 간식이 많지만, 염분이 높은 핑거푸드가 대부분이었어요. 짠 음식 + 계속되는 탄산 시음은 체력을 빠르게 깎았습니다. 두 번째 날엔 바나나 한 개 챙겨 갔더니 혈당이 안정되어 집중력이 쑥! 작은 과일이 웨딩 준비의 지팡이가 될 줄이야.
단점
1. 정보 과부하로 인한 ‘웨딩 번아웃’
하루 동안 수십 번 “예신님~”이라는 호칭을 듣다 보면 달콤함보다 피로가 먼저 밀려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결혼 안 할까…’ 같은 극단적 생각까지 스쳤어요. 그러니 가급적 반나절 내외로 일정 쪼개기, 필수!
2. 즉석 계약 유도, 그리고 나의 흔들리는 눈동자
특가, 한정, 오늘만… 이런 단어가 난무합니다. 제 친구는 당일 흥분해서 잔금을 치른 뒤, 한 달 후 같은 상품이 더 저렴해진 걸 보고 한숨을 삼켰어요. 저요? 두 손 모아 ‘돌아와서 냉정하게 비교’라는 문장을 스스로에게 백 번 읊조렸죠.
3. 부스 간 소음 경쟁
라이브 밴드 데모, 사회자 마이크 테스트, 이벤트 추첨 고함… 모든 사운드가 맥주 축제급. 상담 내용이 자꾸 끊겨서 결국 메일로 자료 다시 보내달라 부탁해야 했어요. 귀마개까진 아니더라도, 이어플러그 하나 챙기면 편하답니다.
4. 박람회 한정 조건 = 계약서에도 그대로?
‘현장 한정 프로모션’이란 말을 믿고 계약했다가, 뒤늦게 계약서에 정확히 기재 안 된 걸 발견하는 커플이 의외로 많대요. 저는 그래서 상담 중간 노트에 “계약서 기재 필수”라고 굵은 글씨로 써놓고, 직원에게 보여주며 확인했어요. 살짝 민망했지만, 내 돈이니까요!
FAQ
Q. 박람회 가기 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면?
A. 우선순위 표, 예산 상한선, 휴대 충전 보조 배터리예요. 특히 예산 상한선은 부스 직원이 “예산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묻는 순간 살려줍니다. 제 경험상, 뚜렷한 금액을 말하면 협상이 명확해져요.
Q. 혼자 가도 괜찮나요?
A. 저는 첫날 혼자, 둘째 날 예비신랑과 동행했습니다. 혼자 가면 시야가 자유롭지만, 계약 바로 전 단계에서는 짝과 의견을 맞춰야 하니 최소 한 번은 같이 방문하는 걸 추천해요. 혼자 갔던 날, 부스 직원이 “신랑님은 어디 계세요?” 연발할 때 살짝 기분이 묘했거든요.
Q. 무료 웨딩촬영 체험 이벤트, 진짜로 받아볼 만해요?
A. 저는 신청했다가 일정이 안 맞아서 취소했지만, 받은 친구 말로는 ‘샘플 컷’ 수준이라도 예복·헤어·메이크업 맛보기가 가능해 유익했다고 해요. 단, 추가 사진 구매 유도에 흔들리지 않을 강철 멘탈 필수! 🙂
Q. 당일 계약할 생각이라면 체크리스트 팁 좀?
A. ① 총액과 추가 옵션 항목 분리 명시 ② 환불 조건 ③ 일정 변경 가능 범위 ④ 계좌이체 시 수수료 여부. 특히 환불 규정은 잔잔한 목소리로 읽어주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 꼼꼼히 귀 기울이세요.
이렇게 두 번의 박람회를 전투(?)처럼 치르고 나니, 어느새 저도 “예신 선배” 소리를 듣게 되었네요.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설렘으로 두근거립니다. 독자님도 혹시 지금 검색창에 ‘웨딩 준비’라고 쳐놓고 망설이고 계신가요? 그 마음, 저도 너무 잘 알아요. 주저 말고 한 번 들러보세요. 대신, 제가 흘린 땀과 소소한 실수에서 배운 이 팁들만은 가방 깊숙이 챙겨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