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웨딩박람회 준비 가이드

봄바람보다 달뜬 마음으로 다녀온, 나의 코엑스 웨딩박람회 준비기

어제, 아니 그제였나? 날짜 감각이 자꾸만 뒤죽박죽이다. 다이어리에 분명히 동그라미를 두 번이나 쳐뒀는데도 지하철에서 헤매다가 잠깐 택시를 탈 뻔했다. 왜 이렇게 설레면 길 찾기도 서툴러지는 걸까. 아무튼, 서울 삼성역 지하를 뚫고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순간—코엑스의 밝은 조명이 눈 위에서 콕, 박힌다. 심장이 툭, 하고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 “아, 드디어 나도 결혼 준비 시작이구나.”

사실 나는 웨딩박람회가 처음이다. 친구들이 “시식코너부터 공략하라”느니, “무료 드레스 피팅권은 꼭 챙겨라”느니 온갖 꿀팁을 쏟아내는데, 듣고도 반만 기억했다. 머릿속은 이미 레이스와 샴페인 잔으로 가득했으니까. 그렇게 하고 싶은 것 투성이라면, 당연히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나는 또, 마감 하루 전에야 부랴부랴 사전 등록을 했다. 미리 하면 경품 응모권을 더 준다는데… 으, 나란 사람. 그래도 ‘당일 등록 줄’보다 덜 긴 줄에 서서 10분은 절약했으니, 일단 합격점을 주자!

입장하자마자 불이 번쩍번쩍. 드레스 부스, 허니문 부스, 예물 부스, 플래너 부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보의 파도에 살짝 숨이 막혔다. 나는 평소 “한 번에 두 가지만 결심하자”는 주의인데, 여기서는 다섯 가지가 동시에 말을 거는 느낌이다. ‘우리 부스 쿠폰 받아가세요!’ ‘잠깐만 사진 찍고 가실게요!’ 귀가 간질간질. 나, 정말 인기 많아진 기분이 들었다. 어깨가 으쓱했지만 곧 발바닥이 아파와서 현실로 쿡 찔렸다. 하이힐은 괜한 허세였다. 슬리퍼 챙겨 갈걸…

하지만—이 중요한 ‘하지만’—혼란 속에서도 나는 작은 보물을 몇 개 건졌다. 샤르르 떨어지는 시폰 드레스 천을 한 손으로 쓰다듬고, 샘플 부케를 들고 거울 앞에서 몰래 윙크도 해보고, 플래너 대표님이 건네준 커피는 또 왜 그리 달콤하던지. 예비 신랑이 “몇 시간 더 둘러볼까?”라며 살짝 지친 표정으로 물었을 때, 내 입에서 “응, 조금만 더!”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던 이유다. 결혼 준비라는 것이 ‘우리 둘’에 관한 이야기라지만, 박람회장 안에서는 내가 잠시 주인공이 되더라.

문득 궁금했다. “다들 이렇게 설레는 걸까? 아니면 나만 과몰입 중?” 그러다 옆 부스에서 ‘하객 식대 절감 노하우’를 열심히 듣고 있던 어떤 커플이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웃는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이 됐다. 아, 맞아. 우리 모두 같은 배에 올라탄 여행자였지. 부끄럽지만 살짝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전시장을 나온 뒤 손등 위에 잉크도장이 찍혀 있었는데, 그 검은 잉크가 왠지 결의문 같았다. ‘잘해보자, 우리.’

코엑스 웨딩박람회, 내가 직접 느낀 장점·활용법·꿀팁

1. 동선이 한눈에 들어와서, 덜 헤맨다

코엑스는 실내 전시장이 널찍하고 표지판이 큼직하다. 나 같은 방향치도 “저기 파스텔 핑크 풍선 옆으로 꺾으면 드레스관!” 하고 바로 찾아갔다. 작은 행복. 그래서 돌고 돌다 발 아픈 불상사는 줄어든다.

2. 부스마다 즉석 혜택, 놓치면 손해

내가 받은 것만 적어보면… 무료 웨딩 스냅 촬영권 1장, 식장 계약 시 하객 주차권 서비스, 허니문 리조트 10% 할인 바우처. 실감 안 난다고? 지금 지갑 속 쿠폰 두께를 보면 무게감이 뚝. 박람회 전 맞춤 예산표를 미리 적어가면, 어디서 얼만큼 세이브됐는지 바로 표시 가능하다.

3. 상담 시간 아끼는 꿀팁

“우선순위 키워드 세 개만 정해라.” 나는 ‘드레스·스냅·허니문’을 골랐다. 나머지는 부스 앞 명함만 받고 돌았더니, 총 상담 시간이 두 시간 반에서 한 시간 반 정도로 줄었다. 덕분에 카페 코너에서 여유롭게 쉬며 메모도 정리했다. 😊

4. 경품 추첨? 끝까지 남아야 진짜다

솔직히 오후 6시 넘어가면 다들 지쳐서 돌아간다. 그런데 메인 무대에서 7시에 TV 선반, 식기세트 추첨을 하더라. 나는 ‘설마’ 하면서도 끝까지 남았다가 지금 거실에 놓인 스탠드 조명을 득템했다. 운은 남아 있는 사람의 것, 맞다.

코엑스 웨딩박람회를 돌며 느낀 단점, 그리고 내 작은 실수들

1. 지나친 정보 홍수, 정신없음

관심 없는 예물 부스에서도 명함을 건넨다. 거절 못 해 잔뜩 챙겼더니 가방이 무겁고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나중에 분류하는 데만 두 시간… 덕분에 새벽 세 시에 눈이 말똥말똥.

2. 포토존 줄 지옥

박람회 SNS 이벤트에 응모하려면 포토존에서 찍어야 한다. 대기 줄이 십몇 줄, 눈치껏 빠져나와 옆에서 셀프로 찍었다가 각도 실패. 결국 사진은 흔들리고, 이벤트는 탈락. 이런 허탈함이란.

3.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에서 멘붕

“이 패키지는 단독홀 구성이라 100만 원 추가예요.” 순간 머릿속 계산기와 심장이 동시에 돌아갔다. 과연 추가 금액만큼의 행복일까? 그래, 선택의 순간은 언제나 괴롭다.

FAQ – 코엑스 웨딩박람회 갈까 말까? 내 경험으로 답해봄

Q. 사전 등록 안 하고 당일 가도 될까요?

A. 될 수는 있지만, 입장 대기 + 사은품 손해 + 경품 응모권 반토막! 내가 겪어보니 사전 등록은 사랑이다. 전날 밤이라도 얼른 신청하자.

Q. 예비 신랑이 박람회 싫어해요. 혼자 가도 괜찮을까요?

A. 나도 남친이 일이 늦게 끝나 혼자 먼저 돌았다. 오히려 부스마다 “신랑분은요?”라는 질문을 피하며 마음 편히 사진 찍고 비교했다. 최종 결제만 둘이 함께하면 OK.

Q. 무료 샘플만 받고 나오면 눈치 보이지 않나요?

A. 솔직히 조금? 그런데 스태프도 익숙하다. “후보 정해지면 연락 주세요”라며 명함 건네고 웃어준다. 예의만 지키면 서로 편안하다.

Q. 일정이 빡빡한데 다른 박람회랑 비교해서 꼭 여기여야 하나요?

A. 동선이 짧고, 교통이 편해 ‘1일 완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코엑스 웨딩박람회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후회 없다. 다른 박람회가 틈새 혜택을 주기도 하니, 일정 여유가 있다면 두 곳 비교도 좋다. 하지만 하루만 투자해야 한다면, 코엑스 한 표!

Q. 진짜 발 아픈가요? 신발 추천 좀!

A. “보는 건 눈, 버티는 건 발”이라는 말이 딱. 나는 7cm 힐 신고 3시간 만에 KO. 편안한 플랫이나 운동화를 추천한다. 사진? 어차피 드레스 피팅룸에서 슬리퍼로 갈아신는다.

—이렇게, 나의 코엑스 웨딩박람회 첫 경험은 반짝이는 기쁨과 사소한 발바닥 통증이 뒤섞인 작은 모험이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결혼 준비라는 바다 앞에서 선 듯, 두근두근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묻고 싶다. 주저하지 말고 한 번 부딪쳐볼래요? 박람회장의 조명이 당신의 예쁜 선택을 비출지도 모른다, 어디선가.